‘복지’라는 단어는 한때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복지의 개념은 단지 ‘지원’이 아니라 ‘권리’로 자리 잡았고, 그 흐름 속에서 한국의 복지제도 역시 눈에 띄게 진화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기초생활보장이나 국민연금 등 기초적인 안전망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에는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맞춤형 복지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사회의 복지정책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었으며,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어떤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정책 흐름의 역사적 변화
한국의 복지정책은 1960~70년대 경제개발과 함께 매우 제한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도 복지에 대한 개념은 미비했고, 국가가 개인의 삶을 보장한다는 인식도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복지의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제도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혜’에서 ‘권리’로 전환된 시기였고, 의료급여, 장애인연금,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이 단계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정책 흐름의 가장 큰 전환점은 복지의 대상이 ‘소외계층’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입니다. 한때는 복지는 도움을 받는 이들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삶의 단계에서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은 청년수당과 주거지원 정책을 통해, 중장년은 실업급여나 고용안전망을 통해, 고령자는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복지와 연결됩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복지’ 개념까지 등장하며, 국민 누구나 온라인으로 지원 정보를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정책의 흐름은 과거의 보충적 복지에서, 현재는 예방적이고 통합적인 복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도 확장의 실질적 내용
복지제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계속 확장되어 왔습니다. 양적으로는 수급 대상의 폭이 넓어졌고, 질적으로는 맞춤형 서비스와 지원 내용이 보다 다양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생계비가 지급되었지만, 이제는 조건부 수급자, 차상위 계층, 긴급복지지원 대상 등 다양한 범주가 세분화되어, 보다 정교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돌봄 영역에서도 보편적인 제도로 확장되었습니다. 어린이집 무상보육,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등 생애주기 전반을 고려한 제도들이 도입되었고,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 장애인 가족, 다문화 가정 등 복합적 위기를 겪는 이들을 위한 통합 돌봄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복지제도 확장의 핵심은 ‘현금 지원’ 중심에서 ‘서비스 제공’ 중심으로의 전환입니다. 단순한 급여 지급을 넘어, 상담, 사례관리, 심리정서 지원, 취업 연계, 건강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한 ‘패키지 복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은 단순 행정창구를 넘어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춘 복지계획을 세워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한 전국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 청년정책 플랫폼, 가족센터 확대 등도 복지제도의 수평적 확장을 의미합니다. 정책 간 칸막이를 줄이고, 국민이 느끼는 행정의 장벽을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체감 변화와 국민의 인식
제도가 늘어났다고 해서 국민이 무조건 체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감도는 복지정책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복지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복지제도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률은 2020년 59%에서 2023년 74%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1인 가구, 청년층, 고령층에서 체감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복지제도가 과거의 단일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애단계와 삶의 유형에 맞춰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위기 대응 복지’가 조명되면서, 국민들은 복지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아동돌봄쿠폰, 소상공인 피해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빠르게 집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 신청, 자동 연계 등 서비스 접근 방식의 혁신이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복지를 더 이상 복잡하고 먼 존재가 아닌, 일상 가까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는 존재합니다.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 이주민, 비정형 가족 등 제도의 빈틈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면, 복지제도는 ‘선별’에서 ‘포괄’로, ‘시혜’에서 ‘권리’로 체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복지제도의 변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진화입니다. 정책의 흐름이 보다 유연하고, 제도의 확장이 보다 실질적이며, 국민이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복지정책이 가야 할 방향입니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끊임없는 보완과 확장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문 하나만 두드려 보세요.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 당신을 위한 복지가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