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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국가 청년정책 모델(장기지원, 정책지속, 권리보장)

by 머니톡톡 2025.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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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은 단순한 일회성 복지를 넘어서, 한 사회가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지속적인 신호이자 약속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오랜 기간 동안 청년정책을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권리 보장’의 틀로 이해하고 설계해 왔습니다. 특히 장기지원의 구조, 제도의 지속성, 그리고 청년의 권리를 제도화하는 방향은 국내 정책 설계에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 주요국의 청년정책 모델을 중심으로, 장기지원 체계, 제도 지속 기반, 권리보장 원칙의 세 가지 측면에서 어떻게 설계되고 실행되는지를 정리하고, 그 시사점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단편적 사례를 넘어 체계 전체를 살펴보는 구조로 접근합니다.

청년층 장기지원체계

유럽 국가들의 청년정책은 ‘단계적 삶의 전환’을 중심에 둡니다. 즉, 학업에서 직장으로, 부모의 보호 아래에서 자립된 삶으로, 개인의 잠재력에서 사회 참여자로 변모해 가는 모든 과정에서 정책이 끊김 없이 지원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가 바로 ‘장기지원 체계’의 핵심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스웨덴의 청년복지 시스템입니다. 이 나라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실업급여 수준의 구직수당이 지급되며, 취업 전까지 직업훈련, 인턴십, 상담 서비스가 일괄 연계됩니다. 이후에도 자립 주거비 보조, 교통비 감면, 사회보험료 일부 면제 등 다양한 정책이 순차적으로 이어집니다.

독일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장기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전후로 도제식 직업훈련이 시행되며, 학생 신분일 때부터 사회보험에 편입됩니다. 취업 후 일정 기간까지는 고용 지원금을 통해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며, 이는 직장 적응과 이직의 안정성을 함께 확보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탈리아, 핀란드, 덴마크 등도 기본 소득수준의 청년수당, 장기 임대형 주거보조, 학자금 상환 유예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여 청년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정 시점’에만 집중된 정책이 아니라, ‘연속된 시기’를 아우르는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최근에서야 청년도약계좌, 월세지원, 교육 바우처 등 개별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생애주기를 관통하는 구조를 갖추진 못했습니다. 유럽 모델은 단지 복지 확대가 아닌 ‘삶의 단계별 매핑’을 통해 청년정책을 사회 시스템에 통합했다는 점에서 참조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정책지속 구조확립

제도는 만들어지는 것보다 유지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유럽의 청년정책은 ‘정책지속성’ 측면에서도 매우 강한 특징을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된다는 의미를 넘어서, 법적·행정적 구조가 단단하게 마련되어 있어 정책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프랑스는 청년기본법(Loi relative à la jeunesse)을 통해 청년정책의 틀을 법적으로 보장하며, 이 법에 따라 모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일정 비율의 예산을 청년에게 배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정책은 단독 부처가 아닌 복수 부처 간 협업 체계를 통해 조정되며, 장기 예산과 5년 주기의 정책 로드맵이 동시에 운영됩니다.

독일도 ‘청년복지법(SGB VIII)’을 통해 청소년기에서 성년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정책을 법적으로 연결해두고 있으며, 각 주정부가 청년센터와 상담기관을 운영하면서 법정 서비스로 청년지원을 관리합니다. 스웨덴은 국가청년위원회(Ungdomsstyrelsen)를 통해 청년 관련 모든 통계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4년 단위 정책 전략을 수립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청년정책이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축적되어 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제도 변경은 반드시 의회와 전문가 협의를 거쳐야 하며, 일방적 축소나 폐지가 어렵도록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많은 청년정책이 ‘사업 단위’로 운영되고 있으며, 특정 예산사업 종료와 함께 사라지는 일이 빈번합니다. 청년정책기본법이 제정되었지만, 정책운영의 법적 강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지자체 간 편차도 큽니다. 유럽처럼 ‘정책의 지속성’을 설계의 시작점으로 삼는 관점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청년권리 제도보장

유럽 청년정책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청년복지를 권리로 규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정부의 지원이 아닌, 청년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자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의무로 인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제도의 언어와 설계 방식에도 명확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는 청년의 주거권, 교육권, 문화권, 참여권을 명시한 ‘청년권리헌장’을 도입하여 정부 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청년의 이동권과 사회참여권 보장을 위해 대중교통비를 국가가 보조하는 제도를 운용 중입니다.

또한 스페인은 청년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은 청년의 정책 제안권과 모니터링 권한을 제도화하고 있으며, 청년정책 평가 과정에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단지 ‘대상’이 아닌 ‘행위 주체’로서 청년을 보는 관점이 뚜렷합니다.

핀란드는 더욱 진보적인 접근을 취합니다. 청년복지는 기본권이므로 모든 정보는 공공 데이터로서 개방되어야 하며, 신청 절차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권리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정책 대상자 중심 설계, 곧 ‘권리 기반 설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은 청년을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서서히 전환하고 있지만, 여전히 ‘혜택을 받는 수동적 대상’으로서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향후에는 청년이 ‘권리 주체’로 서도록 돕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청년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 참여를 의무화하고, 청년권리헌장 제정과 같은 철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유럽 국가들의 청년정책은 단순한 복지 행정이 아닌, 국가 철학과 사회 연대의 구조로 발전해 왔습니다. 장기지원, 제도지속, 권리보장이라는 세 가지 축은 단절 없이 연결되며, 청년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그 방향성을 향해 전환하고 있으며, 이제는 단기적 지원을 넘어 구조적 개혁과 철학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청년정책은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해답이자, 우리가 내일을 준비하는 방식의 척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