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안정성과 연속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특히 유럽은 청년층을 사회의 핵심 자원으로 보고, 생애주기를 고려한 복지모델을 적극 운영해 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장기지속’, ‘생애설계’, ‘제도포용’ 세 가지 측면에서 유럽식 청년정책 모델이 가지는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장기지속 가능한 정책 설계
유럽의 청년정책은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설계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이는 단순히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안정적으로 연결해 두는 구조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유럽의 청년 기본소득 또는 주거보조 시스템입니다. 예컨대 핀란드에서는 18세 이상 청년에게 일정 수준의 주거지원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며,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청년은 단기적 경제 불안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경로를 설계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 각국은 청년정책 예산을 장기계획으로 편성하며, 정권 변화에 따라 급격히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법제화된 청년기본법, 복지헌장 등을 통해 제도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들에게 신뢰를 주는 동시에 정책의 신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효과를 가집니다.
한국과 달리 유럽은 정책 목표를 ‘단기 취업’에만 두지 않고, 주거, 교육, 건강, 사회참여 등 여러 요소를 통합한 ‘삶의 지속가능성’에 둡니다. 때문에 청년들은 복지수급자가 아니라 정책의 동반자, 참여자, 사용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장기지속 가능한 청년정책은 결국 청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합니다. 단기 지원보다 ‘생애주기 전반을 책임지는 복지’가 핵심 가치로 자리잡는 이유입니다.
생애설계 관점을 반영한 제도
유럽 청년정책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청년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진로, 가족계획, 직업, 교육 등을 하나의 연속선으로 바라보는 ‘생애설계’ 관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특히 유럽은 중등 교육부터 진로교육을 필수화하고, 다양한 직업교육과정을 병행하도록 하여 청년이 조기에 자신의 역량과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 시스템, 프랑스의 진로 컨설팅 제도, 덴마크의 청년진로 탐색 프로그램 등은 이 같은 생애설계의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또한 청년기 이후 결혼, 육아, 이직 등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때도 정부는 다양한 복지 수단을 통해 청년의 경로를 지원합니다. 예컨대 스웨덴은 부모가 된 청년에게도 교육이나 직장 복귀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자녀 양육에 따른 커리어 단절을 최소화합니다.
청년층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은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입니다. 유럽은 이를 위해 고용계약의 안정화, 청년 전용 주택 확대, 소득보장 제도의 구조화를 통해 생애 설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복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정책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경로를 적극적으로 설계하며 그에 맞는 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유럽 청년복지의 강점입니다. 이는 한국과 같이 획일적 기준과 단기 위주 제도에 익숙한 구조에 시사점을 제공하는 부분입니다.
제도포용이 주는 안정감
유럽 청년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제도적 포용력입니다. 이는 단순히 복지 대상자를 넓히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삶의 형태와 변화 속도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유럽의 청년정책은 경제적 기준, 학력, 직업유무에 따른 배제 없이 청년 전체를 포괄하려는 설계가 강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민 배경을 가진 청년, 학업 중단자, 장애 청년 등 일반 제도에서 배제되기 쉬운 집단까지 포함하는 정책은 유럽 복지의 포용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청년고용 보장제도나 청년기본소득, 사회주택 등은 제도 접근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유럽은 제도 이용 시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를 적절히 혼합하며, 정책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를 활용하며 자신의 경로를 강화해 나가는 선순환이 유도됩니다.
정책 설계와 운영 모두에서 사회의 다양성과 청년의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유럽식 모델은, 현재 고정된 기준과 획일적 제도 틀에 갇힌 한국 정책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유럽식 청년정책은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청년 개인의 생애 전반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제도의 포용력 또한 높아, 다양한 계층과 조건을 가진 청년들이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한국도 이제는 단편적인 지원을 넘어서, 제도 간 연계와 생애 주기 관점을 강화하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청년복지의 미래는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설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