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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주거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사회진입과 자립의 기반과 직결된 복지 영역입니다. 특히 한국과 주요 유럽국가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청년 주거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책의 구조와 효과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주택공급’, ‘임대제도’, ‘접근권’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청년주거 정책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주택공급 방식의 구조적 차이
청년 주거정책의 출발점은 결국 얼마나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청년 주거 정책은 주택 공급 중심보다는 금융 지원이나 임시 거주 시설 제공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유럽은 공공주택을 장기적 복지 자산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구조입니다.
한국은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청년전세임대 등 이름만 다른 다양한 주택 유형을 공급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민간건설사와 연계된 수요 대응형 공급입니다. 이로 인해 위치, 주거환경, 면적 등에서 질적 차이가 존재하며, 공급량 또한 전체 청년 주거 수요에 비해 제한적입니다.
반면 유럽, 특히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독일 등은 지방정부 또는 비영리 주택조합을 통해 공공주택을 직접 보유하고 관리하며, 일정 비율을 청년에게 장기적으로 공급합니다. 이들은 단기 임대보다 장기 거주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으며, 주거의 질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은 청년층이 주택시장에 진입하기 전부터 장기적인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정보 제공과 상담, 지역 기반 주거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공고가 뜬 후에야 입주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청약 가점제나 소득 기준에 따라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계획적인 주거 준비가 어렵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주택을 누구에게, 어떻게, 언제까지 제공할 것인가’라는 철학에서부터 한국과 유럽은 방향이 다릅니다. 한국은 아직도 주거를 시장 논리로 다루는 경향이 강한 반면, 유럽은 주거를 사회보장제도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임대제도 운용의 현실 비교
청년층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거 방식은 임대입니다. 따라서 임대제도의 구조와 운영방식은 청년복지의 핵심입니다. 한국과 유럽은 이 임대제도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체감되는 주거 안정성에도 큰 격차가 발생합니다.
한국의 청년임대제도는 전세, 월세, 전세보증금 지원, 전세자금 대출 등의 금융 중심 제도가 주를 이룹니다. 공공임대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대부분의 청년은 민간시장에서 주거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문제는 보증금 부담이 크고, 계약 기간이 짧아 주거이동이 잦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청년의 생활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또한 임대료 상승률 제한, 임차인 권리 보호 등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청년들이 주거비용에 대한 불안과 함께 불투명한 계약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1인 가구 청년은 보증 사기나 미등록 임대주택 등에 더욱 취약합니다.
유럽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장기 계약이 가능하며, 임대료 상한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CAF라는 주거보조금 제도를 통해 임대료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 주며,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임대료를 급격히 인상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은 공유주택, 학생기숙사, 청년생활주택 등 다양한 임대 유형을 제도화해, 청년의 상황에 맞는 유연한 주거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이는 청년의 자율성과 주거권을 동시에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안정적 사회 진입의 기반을 마련합니다.
임대제도는 단순히 주택을 빌리는 구조가 아니라, 청년의 삶의 질과 연결된 중요한 복지축입니다. 한국도 이제는 금융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제도적 안정성과 지속가능한 임대모델 구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접근권 보장이 가진 의미
주거는 단순히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를 넘어 인간다운 삶의 기본 조건입니다. 특히 청년층에게 주거 접근권은 사회진입의 출발점이자, 자립을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하지만 국가마다 이 ‘접근권’을 어떤 방식으로 보장하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한국은 주거복지의 대상자를 엄격한 기준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지원 여부 또한 신청자 본인의 정보 제공과 증빙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청년들이 복잡한 절차나 소득 요건을 넘지 못해 제도의 문턱에서 돌아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주거지원 대상자가 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 수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문제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반면 유럽은 주거접근권을 ‘사회적 권리’로 보며, 청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정책이 많습니다. 정보 접근성 역시 강조되어 있어, 청년들이 거주 지역 내 다양한 주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청년주택 상담소, 지역 연계 플랫폼 등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공급이나 임대가 아닌, 실제로 ‘주거에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접근권의 관점은 주거복지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청년의 주거 접근권을 확대하려면 제도 설계 초기부터 권리 중심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청년주거 정책은 단지 집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복지의 핵심 축입니다. 한국과 유럽은 주택공급, 임대제도, 접근권 보장 방식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이며, 이 차이는 결국 청년의 자립과 삶의 질로 이어집니다. 한국도 이제는 단기적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청년의 주거권을 생애주기 전반에서 지속 가능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